아마도 진공관 앰프 애호가 중에 EL34에 관심을 두는 분들은 아주 많지 않으리라 본다. 왜냐하면 그보다 출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강한 KT88이 있고, 반대로 결이 예쁘면서 투명도가 높은 300B라는 존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TDL-M88 하츠필드의 경우, KT88이 주력이긴 하지만, EL34로 관을 바꿀 수 있으므로, 손쉽게 색다른 음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명관이 많은 KT88에 비해, 상대적으로 EL34는 저렴한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은 20여 년 전에 한참 클립쉬 라 스칼라를 쓸 때, 코플랜드, 소닉 프런티어와 같은 진공관 인티앰프를 쓴 적이 있고, 그들 모두 EL34를 썼다. 지금 다시 클립쉬를 들인 마당에 EL34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시장에선 의외로 이 출력관을 만나기 힘들다. 이참에 TDL-M88의 출력관을 과감히 교체해본 것이다.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KT88의 호방함을 무시할 수 없지만, EL34의 저력은 상상 이상이다. 저역은 강력하게 불을 뿜고, 고역의 휘황함은 황홀할 정도. 마치 KT88의 구동력과 300B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끽하는 듯하다.
물론 EL34를 쓰면 출력 면에서 좀 손해를 본다. 약 5W 정도가 줄어든다. 그러나 꼭 클립쉬가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영국의 다양한 북셀프나 이탈리아 쪽의 제품들도 괜찮다. 시험 삼아 디아파송의 카리스 Ⅲ를 걸어봤는데, 특히 보컬과 현에서 질감이 풍부하고, 결이 고운 음을 만날 수 있었다.
진공관 앰프의 장점 중 하나는, 관의 교체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음을 특화시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 부분에서 EL34의 선택은 여러모로 뜻이 깊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밀어닥치고, 군불을 피우듯 진공관의 전원을 넣을 때가 되었다. 이런 관의 교체를 통해 TDL-M88의 매력을 심화시키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될 듯싶다.
문의 TDL-하츠필드 (010)6832-3083
가격 335만원 사용 진공관 EL34(KT88)×4, 12AX7×1, 5814(12AU7)×2 실효 출력 25W+25W, 클래스A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주파수 특성 10Hz-42kHz(-3dB) THD 1%(1kHz) S/N비 91dB 입력 감도 290mV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0×19.7×38.5cm 무게 22kg
<월간 오디오 2018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