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gmPrestige 95F 스피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오디오 2015-05-11 11:44:39
ParadigmPrestige 95F
스피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글 | 이종학(Johnny Lee)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일단 본 소프트의 장점이 잘 부각되고 있다. 저역의 펀치력, 다양한 악기군의 화려한 펼쳐짐, 타악기의 파열음 등이 두루두루 포착된다. 해상력도 수준급 이상이고, 특히 총주 시에 뭉치거나 걸리적거리는 것이 일체 없다. 저역의 묘사에서 왜 3개의 우퍼라는 콘셉트를 주장했는지 절실히 깨닫게 한다.





패러다임이란 브랜드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부터 10년도 더 넘게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 잡지의 리뷰를 위해 북셀프 제품을 하나 만났다. 모양이 그리 화려하거나, 가격이 높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정성들여서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음악을 걸어보다가 특히 6~70년대 록을 무척 근사하게 재생하는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사실 클래식이나 재즈에 강점을 가진 스피커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지만, 록 음악, 그것도 약간의 ‘약 기운’이 감도는 음악을 제대로 구사하는 스피커는 거의 없다. 이후, 이 회사에 주목하게 되었다.


나중에 CES다, 뭐다 미국에 가서, 실제로 오디오 숍이나 베스트 바이를 탐방하면서 느낀 것은, 패러다임이란 브랜드가 북미 지역에서 무척 강세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마틴 로건, 미라지 등과 함께 상당히 널리 팔리고 있었다. 특히, 홈시어터 쪽이 강세여서, 새 모델만 발표하면 바로 바로 소진되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제품은 좀 다르다. 기존의 미드 파이 지향의, 가성비가 좋은 제품군이라기보다는, 작정하고 고급품을 만든 인상이다. 그것은 드라이버부터 인클로저, 받침대 등 외관만 봐도 너끈히 짐작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메이커처럼 몇 천만 원씩 하는 제품은 아니나, 종래의 패러다임이란 회사의 정책을 볼 때 이례적임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이전의 록이나 팝, 재즈뿐 아니라 이제는 클래식에서도 상당히 기품이 있고, 유려한 사운드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 하겠다.





95F라는 타이틀을 내건 본 기는, 전체적으로 보면 프리스티지(Prestige) 시리즈에 속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벌써부터 고품격을 위한 뉘앙스가 풍긴다. 원래 홈시어터에 강한 만큼, 이 시리즈도 멀티채널을 꾸밀 수 있는 라인업으로 채워져 있다. 즉, 프런트 스피커용 플로어스탠딩이 3종, 센터가 2종, 리어 및 서라운드가 각각 1종씩이다. 아직 서브우퍼는 발매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주로 2채널 음악 중심으로 들어봤는데, 일단 이 부분에서 만족스러우면 멀티채널은 들으나 마나다. 그런 면에서 본 기의 높은 퀄러티는 30년이 넘는 내공을 가진 패러다임의 역작이라 해도 무방하다.


본 기는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네 개의 드라이버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고, 그중 밑에 있는 8인치 구경의 우퍼 두 발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전형적인 3웨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파고들어보니 2.5웨이라고 한다. 그런데 2.5웨이?

여기서 95F의 콘셉트는 이렇다. 무려 3개의 우퍼를 동원한 엄청난 저역의 에너지(그래서 아직까지 서브우퍼가 없는 모양이다)에 보컬과 악기의 풍부한 재현을 지향하는 미드레인지. 가만, 그러고 보니 우퍼와 트위터 사이에 난 드라이버는 미드레인지가 아닌 미드·베이스다. 즉, 이것이 미드뿐 아니라 베이스 영역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2.5웨이라 한 것이다.


본 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두 가지의 특허 기술. 하나는 X-PAL이라고 해서, 유닛 주변에 알루미늄으로 된 플레이트를 붙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페이즈 플러그의 역할을 해서 자칫 위상이 흐트러질 수 있는 부분을 막고 있다. 또 하나는 ART 서라운드. 종래의 타 드라이버에 쓰이는 에지를 개선해서, 빠른 반응과 강한 내구성을 끌어내고 있다. 게다가 ‘Made in Canada’.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제조된 인클로저의 높은 퀄러티는 공진 방지와 빼어난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넉넉히 포획하고 있다. 시청을 위해 앰프는 라인 마그네틱 오디오의 LM-216IA를 동원했고, 소스기는 CEC의 벨트 드라이브 방식 CD 플레이어인 CD5다.





첫 곡으로 익숙한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듣는다. 매칭되는 앰프의 성격이 잘 반영되어 있다. 즉, 반응이 빠르고, 대역이 넓으면서도 중역대의 포실한 느낌에서 약간 빈티지의 매력이 가미된다. 그런 면에서 본 기는 일체의 컬러링이 없이, 매칭되는 기어의 성격을 즉각 즉각 반영하는 것 같다. 자세히 들어보면 약간 냉랭한 듯 모니터 성향이면서도 달콤함이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무척 고상한 감촉이어서 과거의 음을 알고 있던 내겐 약간 생경할 정도.


이어서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일단 본 소프트의 장점이 잘 부각되고 있다. 저역의 펀치력, 다양한 악기군의 화려한 펼쳐짐, 타악기의 파열음 등이 두루두루 포착된다. 해상력도 수준급 이상이고, 특히 총주 시에 뭉치거나 걸리적거리는 것이 일체 없다. 저역의 묘사에서 왜 3개의 우퍼라는 콘셉트를 주장했는지 절실히 깨닫게 한다.


마지막으로 안네 소피 무터의 카르멘 환상곡. 대개 바이올린의 재생에서 고역으로 치닫을 때 왠지 음이 가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본 기의 경우, 그런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뻗침에 힘이 있고, 기세가 죽지 않는다. 이렇게 한계를 모르는 바이올린의 재생이 이뤄지면 나머지는 들으나마나. 특히,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악기들이 일목요연하게 묘사되는 부분에서 본 기의 내공이 상당함을 깨닫게 한다. 단순한 홈시어터용으로 판단하면 큰 코를 다칠 우려가 있다. 패러다임의 야심이 제대로 발휘되었다 하겠다.





수입원 (주)코리아솔루션 (02)713-1284
가격 740만원  

구성 2.5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20.3cm, 미드레인지 20.3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7Hz-20kHz(±2dB)   크로스오버 주파수 400Hz, 2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4dB   크기(WHD) 33.8×113.8×43.5cm   무게 3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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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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