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이 인티앰프에는 새롭게 풀 뮤직(Full Music)의 300B/n 진공관을 사용했다. 새롭게 사용된 이 출력관은 종전의 WE 300B 계열과 다르게 가지관 형태의 유리관과 은백색의 메시 플레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플레이트의 그물망 속으로 비치는 필라멘트의 불빛이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300B 진공관을 푸시풀로 구동하는 이 인티앰프는 이미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현재로서는 가격이나 성능으로 볼 때 케인을 대표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케인에서는 기왕의 제품을 다소 손질하여 새 버전의 기기를 내놨다.
이 인티앰프에는 새롭게 풀 뮤직(Full Music)의 300B/n 진공관을 사용했다. 새롭게 사용된 이 출력관은 종전의 WE 300B 계열과 다르게 가지관 형태의 유리관과 은백색의 메시 플레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플레이트의 그물망 속으로 비치는 필라멘트의 불빛이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 출력관은 톈진에 자리잡은 TJ(톈진 진공관 제작소)의 제품인데, 이곳은 프리미엄급의 진공관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며, 그들의 제품들은 시장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풀 뮤직은 TJ의 수출 상표다.

WE 300B는 크기에 비해 썰렁하고 도무지 불빛이 보이지 않아 진공관의 미덕 한 가지를 저버리고 있던 대표적인 관이었다. 더욱이 정류관으로 300B를 사용하면 통전이 되고 있는지 혹시 고장이 나서 단전이 되어 있지 않은지 아예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밋밋하다. 반면에 이 300B/n은 불을 끄면 메시 플레이트를 관통하는 8가닥의 필라멘트 불빛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진공관의 맛은 바로 그런 불빛에 있지 않을까?
이 진공관은 종래 WE 300B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종래 300B가 저역과 고역에서 다소의 약점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이 신형관은 저역부터 고역까지 밸런스가 더 좋다는 것이 수치상으로 나타나 있는데, 그래도 종전 300B 애호가들의 반론이 만만치 않아 아무래도 이 신관은 젊은 층에서 더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듯하다. 이 신종관의 음질 특성은 대역이 넓고 응답 특성이나 투명도가 발군으로, 국내에서 자체 테스트를 해 본 결과에 의하면 신형 WE 300B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 중역 디테일이 다소 가늘지만 그 반대의 장점인 스피드, 투명도 등은 더 우위이며, 음색은 구분이 어렵다는 발표가 나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300B 사용자들은 기왕의 WE 300B 사운드에 귀가 익어 있으며, 그것을 정의라고 믿는 편이기 때문에 이 신형 가지관의 소리를 이질적이라고 기피하는 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 그리고 사용 기간 15일 이상 에이징이 필요하고, 가끔 열 폭주 현상이 있기 때문에 설계 시 주의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주의 사항이 있지만, 케인은 과감하게 이 신형관으로 다시 제품을 만들었다.
케인의 제품 만듦새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유럽 제품처럼 높은 가격을 받지 않으면서도 대량 생산에 의한 원가 절감으로 상당히 수준급의 부품을 투입하고 있으며, 섀시나 배선제의 우량함, 군데군데 특이한 신기술 적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려와 달리 잔 고장도 없으며 서비스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이 제작사에 OEM 제작을 의뢰하고 있는 저명한 외국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본 기는 300B/n을 푸시풀로 구동해 A급으로 20W를 뽑아내고 있으며, 초단관으로 12AX7을 채널당 1개, 드라이브관으로 12AU7을 채널당 2개 사용하며, 정류관으로 6SN7을 사용한다. 그리고 타크만의 고품위 카본 필름 저항, 전원부의 니츠콘 대용량 평활 콘덴서, 알프스 모터 드라이브 볼륨 등 고급 부품을 다량 채용하고 있으며, 신호부에 은도금 선재를 사용한 것도 확인이 되며, 자기 누설이 낮은 특주 EI 하이파이 오디오급 출력 트랜스와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는 이미 케인이 즐겨 사용한 탓으로 그 성능에 대해서도 평가가 높다. 또한 수작업으로 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배선 방식의 하드와이어링 기법으로 제작된다. 게다가 진공관을 최적의 컨디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이어스 미터와 바이어스 조절 장치가 장착되어 있고, 험 밸런스 조절 장치, 빈티지 스피커 사용자를 위한 16Ω 단자도 마련되어 있으며, 마이크로포닉 감소를 위해 내열 실리콘 댐퍼 링을 내장했다. 볼륨과 실렉터, 네거티브 피드백 모드(0, -3) 변환이 모두 리모컨으로 컨트롤된다. 프리 인 단자가 있어서 외부의 질 좋은 프리앰프와 매칭을 하면 소리의 고급화를 노려볼 수가 있다. 진공관 인티앰프는 아무래도 프리앰프 쪽보다는 파워 앰프 쪽에 더 주력하기 때문에 이런 단자야말로 제작사의 양식이라 할 것이다. 이 앰프는 새롭게 섀시도 업그레이드되었는데, 프런트 패널이 기존의 1조각 패널에서 3조각으로 변경되었고, 폭스바겐 차량용 도료를 사용해 수공으로 도장한 에메랄드 블루 펄 피아노 마감도 이 제품의 품위를 한 급 더 올려 주고 있다.

본 기를 이번 호 시청기인 모니터 오디오의 뉴 골드 300 스피커, 플리니우스의 마우리 CD 플레이어로 연결해서 울려 본다. 적절한 두께감과 선연한 분해력이 잘 조화를 이루는 인상이며, 비발디의 봄에서 달라붙는 끈기와 리얼한 콘트라베이스의 반주가 인상적이었다. 이 한 곡만으로도 제품의 됨됨이가 드러난다. 모든 현은 리얼하고 매끈하며 고아하다.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곡은 저역 울림도 깨끗하며, 안개처럼 부드럽게 사라지는 저역 웅진이 뇌살적이다. 그렌 밀러 악단의 경우 정통 WE 300B는 흥취감이 다소 떨어지는 편인데, 그 약점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으며, 팝 보컬에서도 밀도와 교태감이 역력하다. 아무래도 출력이 낮은 만큼 모든 스피커를 다 아우르는 그런 기기는 아니지만, 감도 90dB의 모니터 오디오 뉴 골드 300 스피커와의 매칭에서는 전천후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발군이었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385만원   사용 진공관 풀 뮤직 300B×4, 12AU7×4, 12AX7×2, 6SN7×1   실효 출력 20W  
주파수 응답 7Hz-50kHz(-3dB)   THD 1%(1kHz)   S/N비 91dB   입력 임피던스 100KΩ  
입력 감도 300mV, 1000mV(프리-인)   출력 임피던스 4Ω, 8Ω, 16Ω   크기(WHD) 42×20×38.9cm
무게 2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