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타건이 화려하면서 새김이 깊다. 피아노 주위 공간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가운데 깊은 잔향으로 실제감을 더한다. 스피커의 사이즈가 한껏 커진 듯한 스케일이 나온다. 우아하고 고급스런 오케스트라의 백업을 바탕으로 유려하게 펼쳐지는 피아노의 음엔 거의 녹아웃, 분석의 욕구가 사라지고 말았다.
요즘 하이엔드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지역이 있다. 바로 프랑스와 스위스의 접경지대다. 특히 제네바와 취리히를 중심으로 다양한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주로 앰프를 중심으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그중 솔루션은 이미 자타가 인정하는 강자로 자리매김한 상태고, 이번에 신작을 발표해서 따끈따끈한 음을 접하게 되었다. 참고로 솔루션은 영어의 ‘Solution’과 ‘Soul’을 더한 일종의 합성어다. 기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애호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으로 완성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바로 핵심을 담은 브랜드 명이 아닐까 싶다.
우선 동사의 제품을 보면, 시선을 거두기가 힘들 정도로 수려하고, 멋진 자태를 자랑한다. 일견 심플한 것 같으면서도, 프런트 패널의 비율이나 버튼 배치 등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고, 사이드 패널 쪽도 괜찮다. 실제로 최상의 디자인을 뽐내는 공업 제품을 선정해서 상을 주는 레드닷 디자인상을 이미 2006년도에 수상한 바가 있거니와, 본 세트 역시 그런 맥락에서 업그레이드되었다. 물론 단순한 내용은 절대 아니고, 동사는 그 빼어난 퍼포먼스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측정 자료를 공개하는데, 약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이 본다면 정말로 놀랄 만한 내용이다.
사실 725 프리앰프와 711 파워 앰프로 구성된 이번 세트는, 프리·파워라는 구분을 뺀다면 정확히 같은 개념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굳이 구분이 필요 없다. 일단 광대역을 실현하면서, 빠른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전원부에 무척 신경을 썼다. 사실 출력이 높으면서 하이 스피디한 전원을 공급하고 싶다면, 스위칭 모드가 제격이다. 그 최신 사양을 각각 투입해서, 이전보다 한층 뛰어난 스펙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약 1MHz에 달하는 광대역을 실현하고 있는데, 말이 그렇지 우리의 가청주파수 대역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서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다.
거기에 듀얼 모노럴 구성으로 일체의 크로스토크를 억제한 점이나 전원부에 연결된 각종 커패시터를 대용량으로 꾸며서 거의 배터리 전원에 버금가는 스토리지를 확보한 점 등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또 되도록 간략한 신호 경로를 추구하되, 다채로운 보호 회로를 사용해 일종의 감시 체제 하에 둔, 이전 모델보다 더 발전된 테크놀로지로 마무리되었다. 당연히 제로 피드백을 구현하고 있고, 이렇게 피드백을 걸지 않으면서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구현한 점은 솔루션만의 놀라운 실력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프리앰프를 보면, 거의 적막강산, 혹 꺼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아무리 볼륨을 올리고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대어도 정말로 조용하다. 기본적으로 디스토션과 험, 노이즈 등을 거의 제로의 수준으로 떨어트려 놓았기 때문이다.
포노단이 옵션으로 제공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요즘 LP 리바이벌 혹은 르네상스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새롭게 많은 LP가 프레스되거니와, 특히 젊은 층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고가의 턴테이블도 많이 판매되는 형국인데, 이 과정에서 포노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편 파워 앰프를 보면, 8Ω에 150W라는 수치인데, 한 덩치와 무게를 하는 내용을 볼 때 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용량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해서, 그 잠재적인 피크 파워는 무려 6,000W에 이른다. 또 4Ω에 300W, 2Ω에 600W 하는 식으로 정확히 설계되어, 아무리 임피던스가 극악무도한 스피커라 하더라도 별 무리 없이 구동하고 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야니네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우선 음색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위스 터치라고 할까? 투명하고, 빠르면서, 매혹적이다. 바이올린으로 말하면 실키하면서 유연하고 일체의 끊어짐이 없다. 밀고 당기고 떨고 하는 각종 테크닉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참 놀라운 내공이다.
이어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그리모의 솜씨로 듣는다. 타건이 화려하면서 새김이 깊다. 피아노 주위 공간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가운데 깊은 잔향으로 실제감을 더한다. 스피커의 사이즈가 한껏 커진 듯한 스케일이 나온다. 우아하고 고급스런 오케스트라의 백업을 바탕으로 유려하게 펼쳐지는 피아노의 음엔 거의 녹아웃, 분석의 욕구가 사라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조수미의 ‘도나 도나’. 기타 줄을 뜯는 느낌이나 통 울림의 깊이 등에서 확실히 듣는 순간 높은 실력을 깨닫게 된다. 다소 은은하면서도 충분한 뱃심으로 울려 퍼지는 보컬의 아름다움이나 더블 베이스의 단정한 워킹, 환각적인 클라리넷 솔로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소편성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인상을 받게 한다. 욕심 같아선 다음번에 엄청난 대형 스피커를 걸어 제대로 실력을 확인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
▲ 725 프리앰프
가격 5,000만원 주파수 응답 DC-1MHz S/N비 130dB 크로스토크 105dB
디스토션 0.0006% 이하 크기(WHD) 45×16.7×48cm 무게 30kg
▲ 711 파워 앰프
가격 6,700만원 실효 출력 150W(8Ω), 300W(4Ω), 600W(2Ω) 주파수 응답 DC-1MHz
S/N비 108dB 이상 크로스토크 -120dB 이하 댐핑 팩터 10000 이상 디스토션 0.001% 이하
전압 게인 +26dB 크기(WHD) 48×27.7×53.5cm 무게 65kg
<월간 오디오 201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