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이전 디아블로의 성향을 기반으로 다이내믹과 파워가 더욱 강조됨으로써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정확히 보완해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왜 모델명이 악마란 뜻의 디아블로인가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했는데, 그만큼 쉽게 유혹되고 빠져 나오기 힘든 중독성 넘치는 사운드를 지녔기 때문이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그리폰. 그들 브랜드 네임이 말해 주듯 앰프의 신화적인 존재로 각인된다. 좀처럼 타협하지 않지 않으며, 그리폰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통해 강인한 인상을 심어 주기도 한다. 최근 제품들은 더욱 몸집이 거대해졌고, 파격적인 제품 콘셉트까지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하이엔드 시장에서 그리폰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 느낌이다. 2015년은 그리폰 창사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인데, 과거 그리폰의 상징적인 모델들이 새롭게 디자인되어 새로운 시리즈로서 등장하고 있다. 안틸레온 에보와 함께 그동안 동사 최고의 인티앰프로 손꼽혔던 디아블로가 10년만에 새로운 얼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디아블로는 그리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대표적인 인티앰프인 만큼, 이 제품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디아블로가 국내 수입되었을 때, 그 1호 제품을 직접 리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도 파격적인 변화와 성능에 깜짝 놀랐고,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꾸준히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에도 새로운 디아블로 300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되어 반갑다.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2세대 버전은 1세대 버전을 기반으로 더욱 강력한 성능과 기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인티앰프는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가 결합된 복합 제품인 만큼, 가장 대표 모델들의 기술력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디아블로 300 역시 현재 그리폰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인 판도라 프리앰프와 메피스토 파워 앰프의 기술력이 대거 투입되어, 이야기 거리가 더욱 많아졌다.
가장 큰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출력의 증대로 더욱 강력해졌다.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채널당 8Ω에 300W, 4Ω에서는 600W의 출력으로 기존 디아블로보다 25% 상승한 출력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하이 스피드 디스크리트 방식의 클래스A 증폭 회로와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를 채택했다. 회로 상호 간의 변조 노이즈를 완전히 제거하고 효율적인 드라이빙과 순발력을 통한 여유 있는 사운드 재생을 돕고 있다. 메피스토와 안틸레온 에보가 추구한 광대역 재생 능력을 적용, 0에서 350kHz까지 넓은 대역 재생이 가능하다. 출력이 증가됨에 따라 심장과 같은 앰프의 전원부는 새로운 회로의 채용과 함께 68,000㎌×2 대용량 콘덴서를 설치함으로써 더욱 강력하고 빠른 저역 반응을 돕고 있다.
두 번째로 최근 동사의 파워 앰프에서 보여주었던 고출력 이미지가 더욱 부각된 새로운 디자인이 접목되었다. 그리폰의 가장 핵심 인물인 플레밍이 디자인을 담당하는 만큼 블랙 제품들은 모두 의미를 둔 연속성이 있는 디자인 콘셉트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판도라 프리앰프와 메피스토 파워 앰프를 결합해서 디자인적으로 축소·융합시켜 놓은 것이 특징이다. 1세대 디아블로와 비교해 보더라도, 단정하고 마치 고출력으로 변화된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적으로 내부 배치는 철저히 듀얼 모노럴 구성 방식으로, 입력단에서 출력단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분리되어 채널 간 상호 간섭을 100% 제거하고 있다. 입출력 단자들도 독립 형태의 분리형을 채택했다.
세 번째로 다기능으로 무장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통해 정밀하게 조정되는 43스텝의 어테뉴에이터 볼륨부는 플래그십 프리앰프인 판도라 프리앰프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볼륨 컨트롤 기술이다. 여기에는 릴레이를 최소화하여 저항을 연결, 짧은 신호 경로로 신호가 전송되도록 함으로써 더욱 명료하고 순도 높은 사운드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VFD 방식의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입력 이름 설정, 볼륨값 세팅, 밸런스 조정과 디스플레이 밝기 조정 등 1세대 디아블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능의 세팅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DAC 모듈이 적용되었다. 옵션으로 제공하는 DAC 모듈은 동사 플래그십 DAC인 칼리오페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모듈인데, DSD까지 대응된다. 이미 필자는 동사의 플래그십 DAC인 칼리오페 리뷰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디아블로 300에 탑재되었을 때의 파괴력은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옵션 모듈을 통해 추가적으로 아이패드로 앰프를 컨트롤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옵션 DAC 모듈이 장착되지 않아 직접 성능을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첫 곡은 ‘What a Wonderful World’를 에바 캐시디의 음성으로 들어 보았다. 쉽게 빅마우스가 되기 쉬운 그녀의 목소리는 포장 없이 간결하게 전달되었다. 반주 악기들의 움직임은 작지만, 디테일을 쉽게 놓치지 않아 캐시디의 애절한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이끌어 준다. 과거 디아블로에서 느꼈던 여성 보컬에서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잊지 않고 만끽하게 만들어 주었다. 재즈곡으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을 듣는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포지션과 정확한 윤곽을 통한 스테이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는 잠재된 에너지를 들려주듯 베이스 저음의 윤곽을 흩트리지 않고 단정하고 깔끔하게 재생한다. 또한 임팩트 있는 드럼과 피아노의 건반 터치의 느낌은 군더더기 없이 잘 정돈되어 깔끔하다.
전체적인 사운드 성향을 정리해보자. 이전 디아블로의 성향을 기반으로 다이내믹과 파워가 더욱 강조됨으로써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정확히 보완해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왜 모델명이 악마란 뜻의 디아블로인가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했는데, 그만큼 쉽게 유혹되고 빠져 나오기 힘든 중독성 넘치는 사운드를 지녔기 때문이다. 칼리스토에서 디아블로, 그리고 디아블로 300으로 이어지는 그리폰의 인티앰프들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더욱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 더욱 강력한 스펙과 성능으로 무장된 디아블로 300을 통해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 인티앰프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작 이상의 인기를 예감해 본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1,750만원(DAC 옵션, 650만원) 실효 출력 300W(8Ω), 950W(2Ω)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주파수 응답 0-350kHz 입력 임피던스 20KΩ(RCA), 40KΩ(XLR)
출력 임피던스 0.019Ω 채널 분리도 120dB 이상 커패시터 68000㎌×2 크기(WHD) 48×23.5×46cm
무게 38.1kg
<월간 오디오 2015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