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기타라던가 베이스 등 기본적으로 여러 악기들의 음이 가늘거나 가볍지 않다. 심지가 곧고, 라인이 분명하며, 적절한 살집이 붙어 있다.
그런 면에서 실제 연주장에 온 듯한 기세와 활력을 느낄 수 있다.
보컬로 말하면, 다소 노스탤직한 맛이 일품인데, 그 풍부한 디테일에 더욱 놀라게 된다.
중간에 나오는 피아노 솔로는, 음 하나하나가 가슴을 쿵쿵 때릴 정도로 밀려온다.
카메라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요즘이야 각 메이커들마다 기술력을 갈고 닦아, 어찌 보면 색감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캐논, 니콘, 소니 등 대 메이커들의 제품을 보면 제각기 일관된 컬러 톤이 존재하기는 한다. 겉으로 보기엔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 카메라를 교체해서 써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한데 이런 메이저 회사들 말고, 마이너이면서 독특한 색감으로 애호가들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후지필름과 펜탁스가 대표적이다. 후지 쪽은 말 그대로, 후지 톤, 곱고, 섬세하고, 아름답다. 반면 펜탁스는 좀 진하다. 개인적으로 진한 색감을 선호하는 편이라 한 번 펜탁스를 써보려 하는데, 이상하게도 연이 닿지 않고 있다.
이번에 만난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리스트(Liszt)도 그렇다. 색감으로 치면, 후지나 캐논과는 전혀 상반되는, 진하면서, 개성이 강한 쪽이다. 그렇다고 특정 대역이 부풀거나, 왜곡이 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적인 밸런스나 스펙적인 요구 사항은 다 지키면서도, 다소 강한 느낌의 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데 아직도 나와 연이 닿지 않아, 일종의 펜탁스와 같은 기분으로 접하게 된다.
사실 본 기는 그 포지셔닝이 절묘하다. 그간 플래그십으로 존재해온 클림트 시리즈의 핵심, 바로 자사 개발의 동축형 중·고역 드라이버를 당당하게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클림트 시리즈에 넣지 않고, 더 저렴하면서 넓은 사용자층을 겨냥한 임페리얼 시리즈에 넣었다. 임페리얼? 그렇다. 이 시리즈는 최근에 런칭된 바, 제품이라고 해봐야 이번에 만난 리스트 하나밖에 없지만, 앞으로 주력이 될 확률이 높다. 클림트 시리즈의 핵심을 포착하면서, 더 가격적인 메리트를 가진 여러 개의 제품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그간 갈고 닦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더해졌으니, 이제야말로 비엔나 어쿠스틱스를 제대로 만날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이 된다.
사실 중·고역을 하나의 드라이버에 담은 동축형의 강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또 그 만듦새에 있어서도 종래의 동축형과는 좀 다르다. 고역이 안으로 깊이 들어가고, 그 주변을 미드레인지가 감싸는 형태가 일단 아니다. 이에 대해 동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 경우 양손을 펼쳐서 입 주변을 감싸고, 마치 확성기처럼 소리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한다. 당연히 특정 대역이 부풀거나, 왜곡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본 기에 투입된 드라이버처럼 중·고역 모두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기에 투입된 동축형 유닛을 동사는 플랫 스파이더 콘이라 부른다. 스파이더? 이게 무슨 뜻인가? 일단 미드레인지를 보자. 6인치 구경으로 꽤 큰 편인데, 재질을 보면 글래스 파이버를 중심으로 새로 개발된 X3P 폴리머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 주변으로 16mm 두께의 선이 총 12개, 마치 거미줄처럼 그어져 있는데, 이게 바로 분할 진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상의 진동판이 매끈한 데 반해, 여기엔 거미줄이 쳐 있으므로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그 음향학적 장점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그 가운데 있는 것이 30mm 구경의 실크 돔 트위터이며, 하단부에는 7인치 구경의 우퍼가 무려 세 발이나 장착되어 있다. 결국 무게가 44kg이나 나가지만, 설치 면적은 그리 크지 않다. 또 상단부 쳄버를 돌려서 적절한 포커싱을 맞출 수 있는 점 또한 큰 강점으로 다가온다.
시청을 위해 앰프는 콘래드 존슨의 최신작 ET3SE 프리앰프에 클래식 60 SA 파워 앰프를 연결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이자크 펄만이 연주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과연 콘래드 존슨을 만난 리스트는 그 잠재력을 활짝 만개시킨다. 하이엔드 음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일체의 혼탁함이 없이 명징하면서도 전체적인 짜임새와 밸런스가 탁월하다. 그 음에 있어서 약간 진한 맛이 묘한 중독성으로 다가온다. 특히, 세 발의 우퍼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어서 마들렌느 페이루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 기타라던가 베이스 등 기본적으로 여러 악기들의 음이 가늘거나 가볍지 않다. 심지가 곧고, 라인이 분명하며, 적절한 살집이 붙어 있다. 그런 면에서 실제 연주장에 온 듯한 기세와 활력을 느낄 수 있다. 보컬로 말하면, 다소 노스탤직한 맛이 일품인데, 그 풍부한 디테일에 더욱 놀라게 된다. 중간에 나오는 피아노 솔로는, 음 하나하나가 가슴을 쿵쿵 때릴 정도로 밀려온다.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의 ‘Ramble On’. 퍼커션의 존재감이 우선 빼어나다. 스피커 유닛을 튀어나와 이쪽으로 제대로 임팩트를 선사한다. 스트로킹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음향도 좋다. 절로 미소가 나올 정도다. 보컬에 이르러서는, 마치 160km의 강속구를 펑펑 던지는 투수처럼 싱싱하기만 하다. 특히, 베이스-드럼이 본격 가세할 때엔 바닥이 정말로 쿵쿵 울린다. 이런 3발짜리 우퍼의 위력은 록에서 제대로 발현이 된다. 덕분에 정말 기분 좋게 레드 제플린의 명연에 흠뻑 취하고 말았다.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1,890만원(로즈우드)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3) 17.7cm X3P 스파이더 콘, 미드레인지 15.2cm 플랫 스파이더 콘, 트위터 3cm
재생주파수대역 28Hz-25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1dB
권장 앰프 출력 50-400W
크기(WHD) 29.5×121×43.5cm
무게 44kg
<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