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피아노 자체만 놓고 보면,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간다고나 할까? 보석처럼 터치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난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화려하면서 부드럽고 또 아름답다. 기본적으로 미음(美音)이다. 감촉이 고급스럽고, 뒷맛이 개운하다. 피아노의 위치가 또렷한 것도 동사의 음향 철학을 대변해준다.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왜 스피커를 만들 때, 통이라 부르는 인클로저가 필요할까? 혹시 이 부분에 한 번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는가? 사실 이 통은 스피커의 구조적 취약점의 하나로, 이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하고 있다. 아예 통 울림을 없애거나 혹은 반대로 적절히 이용하거나 아무튼 다양한 접근법이 있다. 한편 이런 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전형과 같은 스타일도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도 나름 문제가 있다.
이런 와중에 제시된 무한 배플 타입(실은 오픈 배플)의 스피커도 여러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단점이 많다. 장점이라면 통 울림을 억제하고, 드라이버의 성능을 더 최적화한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부족한 저역과 모양새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만난 스페이셜 오디오의 M3 터보 S는 여러모로 고무적인 내용을 갖고 있다.
여기서 스페이셜(Spatial)은 공간(Space)이라는 단어의 형용사다. 즉, 오디오에서 추구하는 3차원적인 이미지의 재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전형과 같은 타입이 갖고 있는 장점으로, 이것을 일반 드라이버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며,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대목에서 꼭 짚고 넘어갈 것이, 동사의 주재자인 클레이튼 쇼(Clayton Shaw)의 흥미로운 음향 철학이다. 사실 어떤 스피커를 들이던, 일단 울리게 되면, 시청실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벽과 천장 심지어 바닥에서 발생하는 반사파와 각종 정재파는, 스피커의 음 자체를 혼탁하게 하고 또 왜곡시키기도 한다. 무향실에서 듣지 않는 한, 최고의 상태를 들을 수가 없다.
따라서 스피커를 개발할 때, 룸의 영향을 고려하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쇼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자체 통 울림이 거의 없는 오픈 배플로 하되, 그 방사각을 최대한 줄여서 벽이나 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80도 이내의 좁은 방사각을 주장한다. 이럴 경우, 스피커의 토인에 따라 음이 대폭 변화하고, 듣는 이의 위치 이동에 따라 또 변화하지만, 적절한 세팅이 이뤄질 경우, 매우 명료하고, 빠른 반응의 음을 들을 수 있다.
이 부분을 동사는 디렉티비티(Directivity)라고 부른다. 방향성 내지는 직진성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말하자면 폭이 좁은 대신 그 에너지가 강력한 음을 재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런 타입의 약점인 저역에 관해서도, 무려 15인치 우퍼 두 발을 동원하는 등, 극단적인 블록버스터 타입의 투자로 해결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신선하고 또 대담한 발상이다.
본 기의 구성을 보면, 위 아래에 15인치 우퍼 두 발이 장착되어 있다. 단, 상단의 우퍼 한가운데는 2인치 구경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배치되어 있다. 이것을 트위터 혹은 미드·하이라고 단언하기 힘든 것이, 담당 주파수 대역이 800Hz-20kHz로 넓기 때문이다. 트위터와 미드·하이를 합친 대역을 커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저역은 32Hz까지 양호하게 내려가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네트워크의 간섭을 일체 배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퍼와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고, 오로지 필름 콘덴서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필요악을 생각하면, 이 또한 큰 강점으로 다가온다. 대개 우리 애호가들은 박스형 스피커에 길들여져 있어서, 이런 외모의 제품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드라이버의 강점에 정전형 스타일의 미덕을 골고루 믹스했다는 점에서, 거기에 가격적인 메리트가 결합되어, 본 기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청을 위해 아인슈타인의 더 튠(The Tune) 인티앰프와 아큐페이즈의 DP-720 SAC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아바도 지휘,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이다. 일단 저역의 양감과 펀치력에 깜짝 놀랐다. 바닥이 진동할 지경이다. 게다가 반응이 무척 빨라서, 휙 터졌다가 즉각즉각 사라진다. 중·고역은 무척 투명도가 높고, 깨끗하다. 일체 통 울림이 없으며, 대역 간의 이음새도 느낄 수 없다. 참, 그간 숱한 스피커를 대면했지만, 본 기의 신선하고 대담한 발상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이어서 엘렌 그리모 연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1악장을 들어본다. 피아노 자체만 놓고 보면,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간다고나 할까? 보석처럼 터치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난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화려하면서 부드럽고 또 아름답다. 기본적으로 미음(美音)이다. 감촉이 고급스럽고, 뒷맛이 개운하다. 피아노의 위치가 또렷한 것도 동사의 음향 철학을 대변해준다.
마지막으로 프리의 1971년 라이브인 ‘All Right Now’를 들어본다. 다소 들뜬 분위기의 객석을 강력한 리듬 섹션이 지배하고 시작하는데, 킥 드럼의 어택감과 베이스의 공격적인 라인이 훌륭하게 포착된다. 시원시원하게 뻗는 하이 톤의 보컬은 기세가 등등하고, 거친 톤으로 진격하는 기타 솔로에 가슴이 다 후련해진다. 록 콘서트 특유의 에너지가 만점. 투명도와 해상도, 디테일, 다이내믹스 등에서 나무랄 데 없는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450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오픈 배플 사용유닛 미드·우퍼(2) 38.1cm, 컴프레션 드라이버 재생주파수대역 32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800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4dB 권장 앰프 출력 10W 이상 크기(WHD) 43.1×106.6×7.6cm 무게 24.9kg
<월간 오디오 2017년 10월 호>